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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에고 산행 에세이 중앙일보 1월호_Grand Canyon Rim to Rim




그랜드캐년, 림투림Grand Canyon, Rim to Rim


아마 주변의 아는 하이커들에게 평소 꿈꿔왔던 최고의 버킷 리스트가 뭐냐고 물으면 대다수 사람들이 그랜드 캐년 림투림 (Rim to Rim) 횡단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만큼 인기가 많은 트레일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항상 리스트의 제일 위에 남아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짧은 시즌 기간과 받기 힘든 퍼밋, 그리고 혹독한 날씨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산타에고는 이 모든 이유를 뒤로하고 아름다운 그랜드 캐년의 림투림을 도전하러 갑니다.

림투림은 북쪽과 남쪽 한 곳의 Rim에서 시작하여 그랜드 캐년을 지나 협곡의 제일 아래, 콜로라도강을 건너 반대편 림으로 올라오는 총 24마일의 긴 트레일입니다. 일반적인 산행 시간은 14시간 정도가 걸리며 일박 이일, 이박 삼일 코스로 도전이 가능합니다. 협곡의 가장 밑부분인 콜로라도강 근처는 여름 시즌 낮 온도가 항상 100도를 훌쩍 넘기 때문에 오븐 박스라고 불리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구간입니다.


양쪽 주차장에 셔틀버스가 있지만 4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산타에고는 오늘 팀을 두 개로 나눠 South Rim과 North Rim 두 곳에서 각각 출발합니다. 오늘 저녁에 캠핑을 할 중간지점인 Bright Angle Campground에서 키를 교환하여 내일 산행을 끝낸 후 샌디에고로 바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북쪽에서 출발해서 남쪽에서 끝내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이며 그 반대의 경우로 가실 경우에는 오르막 구간도 길고 고도도 1,400피트 더 올라가야 하므로 좀 더 힘든 산행이 될 수 있습니다.

출발 전 주차장에서 이틀간 함께할 장비들을 체크합니다. 7월의 중순에 110도가 넘는 온도가 예상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준비를 꼼꼼히 합니다. 안전사고와 이런저런 걱정과 함께 산행을 시작한 첫발, 눈앞에 쏟아지는 그랜드 캐년의 장관은 그 모든 걱정과 생각들을 단 한 방에 날려주었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대자연의 스펙터클한 공연을 IMAX 영화관에서 3D 안경을 끼고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며 차마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아찔한 감동에 풍경을 허겁지겁 눈에 담기 바쁩니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 걸은 지 어느덧 4시간 정도 일행은 협곡의 중간 지점을 지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계속 아래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온도계를 체크해 보니 96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내려가는 족족 그 바늘은 110도 이상을 향해 달려갑니다. 시간을 정해 전해질 음료를 꾸준히 마셔주고 한 시간마다 멈춰 서서 행동식을 섭취해 줍니다. 강물을 만날 때마다 발을 식혀주고 차가운 물로 온몸을 적셔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일사병을 예방하기 위한 규칙을 지켜가면서 일행은 아래로 내려갔고 해가 진 저녁 마침내 Bright Angle Campground에 도착, 북쪽에서 출발했던 A팀과 합류했습니다. 반가워할 틈도 없이 힘들었던 산행을 증명이라도 하듯 텐트안에 눕자마자 바로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다음날 산행은 온종일 오르막길을 오르게 됩니다. 다행히 1,000피트씩 오를 때마다 평균 온도가 5도씩 내려가기 때문에 해가 뜨기 전에 협곡 아랫부분을 지나는 게 중요합니다. 새벽 5시 온몸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을 애써 무시하고 서둘러 캠프를 정리합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지만 오늘 하루 또 펼쳐질 풍경과 다가올 모험에 대한 기대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 덕분에 일행은 5시간 뒤 오늘 가야 할 길의 중간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고 가벼운 점심을 즐겼습니다.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뜨거운 햇볕과의 전쟁입니다. 살인적인 경사의 오르막길을 낮 시간 동안 내내 걸어야 하므로 그늘이 보일때마다 휴식을 취하며 스태미나를 꾸준히 관리합니다. 길에는 사람 한명 찾아보기 힘들지만 뒤를 돌아 볼 때마다 입이 딱 벌어지는 절경이 펼쳐져 있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살면서 이런 경험을 언제 다시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과 더불어 왜 사람들이 이렇게 힘든 림투림을 끊임없이 도전하는지 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자 저 자신이 무척 럭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며 얼굴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렇게 오후 늦게 일행은 반대쪽 림에 도착할 수 있었고 온몸에 전해지는 전율과 함께 달콤한 성취감을 맛보았습니다. 혼자서는 결코 하지 못했을 도전, 그 도전을 성공할 수 있게 함께 걸어준 내 옆의 동료들에게 서로서로 감사의 말을 전해 줍니다.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림투림 챌린지를 끝냈다는 기쁨과 함께 산행중 눈에 가득 담아온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생각들, 그 모든 선물들을 한가득 안은 채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장소: Bright Angel Trailhead, 15 Bright Angel Trail, Grand Canyon Village, AZ

예상거리 / 시간 / 획득고도: 24 mi / 14시간 ± / 5,150 ft


글_Jay Lee (산타에고 회장), www.santae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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