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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에고 산행 에세이 중앙일보 3월호_엘카혼 마운틴, El Cajon Mountain Trail


엘카혼 마운틴, El Cajon Mountain Trail


샌디에고에는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아무에게나 그 정상을 보여주지 않는 마법 같은 산이 있습니다. 총 11 마일의 긴 코스와 3,579 피트의 획득 고도 그리고 하산 시에도 오르막길을 걸어 8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이 산의 이름은 바로 엘카혼 마운틴입니다. 전화 신호조차 터지지 않고 한여름의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줄 자비로운 그늘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은 샌디에고에서 가장 힘든 산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이산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며 매일같이 오르는 걸까요?

이른 새벽 아침 6시, 트레일 헤드 주차장에 산타에고 회원님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오늘의 산행을 준비합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로컬 산행이지만 신발 끈을 당기는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는 걸 보니 오늘 산행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아직은 어슴푸레한 새벽하늘을 등지고서 걸음이 빠른 분들은 5시간, 일반 회원분들은 7시간의 산행시간을 목표로 일행은 천천히 엘카혼의 자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길 위에는 많은 하이커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고 무엇이 이들을 이곳에 불러들였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들려오던 소문과는 다르게 산행 초입은 매우 무난한 코스입니다. 30분 정도의 스위치백 구간을 오르면 눈앞에 엘카혼 산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 부분의 경치가 아주 훌륭하며 시간만 잘 맞춘다면 저 멀리 떠오르는 태양이 온 산을 서서히 깨우는 감동적인 장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하늘 색깔에 넋을 놓고 걷다 보면 어느덧 일행은 때묻지 않은 자연의 중심부로 들어갑니다. 지난 일주일간의 고민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흙냄새, 나무냄새 그리고 꽃향기를 즐기며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풍요로운 마음의 사치를 누려봅니다.

어느덧 일행은 첫 번째 경사지 구간에 접어들었고 이곳부터 왜 이곳이 샌디에고에서 가장 힘든 트레일이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걷던 길보다 두 배는 급한 경사도에 허벅지와 종아리가 비명을 지르지만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정상까지 총 5곳의 급경사 구간을 걷게 되며 마지막 깔딱 고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거친 자갈밭이기 때문에 하이킹 폴은 필수입니다. 비록 길은 가파르고 험하지만 옮기는 걸음 하나하나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등 뒤에 펼쳐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각각의 봉우리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고개를 넘을 때마다 색다른 고산지대의 나무들과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3~4시간의 등산 후에 마침내 도착한 정상에서 일행은 모두 탄성을 질렀습니다. 산행 내내 머리 위에 흐르던 구름들이 이제는 발밑에 흐르고 있었으며 그 하얀 구름 위로 바라본 세상은 너무나도 밝고 아름다웠습니다. El Cajon은 스페니쉬어로 상자라는 뜻으로 그 이름처럼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된 순수한 자연의 즐거움을 저희에게 선사해 주었습니다.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한동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서둘러 단체 사진을 찍고 일행은 다시 구름 밑 세상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매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이렇게 가슴 깊이 느끼는 성취감에 한주 또 힘차게 살아갈 에너지를 얻어 갑니다. 평소에 모험과 도전을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오늘 소개해 드린 명산 중의 명산 엘카혼 마운틴을 꼭 한번 도전해 보십시오. 그리고 2023년 더욱 흥미진진한 산행들이 계획되어 있으니 매주 토요일 아침 진행되는 산타에고 정기 산행에도 꼭 참여해 보세요. 그럼 모두들 트레일 위에서 만나 뵙기를 기대하며 Let's hike!

장소: El Cajon Mountain Trailhead Parking, 12640 Wildcat Canyon Rd, Lakeside, CA 92040

예상거리 / 시간 / 획득고도: 11 mi / 7시간 ± / 3,579 ft


글_Jay Lee (산타에고 회장), www.santae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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