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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에고 산행 에세이 중앙일보 6월호_카탈리나 아일랜드, Catalina Island


카탈리나 아일랜드, Catalina Island


로스앤젤레스에서 페리를 타고 불과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카탈리나 아일랜드는 모험을 좋아하는 캘리포니아 사람들에게 숨은 보석 같은 장소입니다. 많은 분들이 섬의 대도시인 Avalon이나 Two Harbors에 머물며 여유를 즐기지만 진정한 카탈리나의 안으로 걸어 들어가 그 깊숙한 심장까지 닿을 수 있는 Tran Catalina Trail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지 못합니다. 오늘 산타에고는 겨우내 옷장에서 자고 있던 배낭의 먼지를 툭툭 털어 매고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이 신비와 모험이 가득한 미지의 섬을 탐험하러 떠납니다.


Trans Catalina Trail은 총 길이 37.4마일에 7,923피티의 획득 고도, 그리고 완주하는데 최소 3일 이상 걸리는 긴 트레일입니다. 대게 동쪽 선착장이 있는 Avalon에서 하이킹을 시작하여 섬의 서쪽인 Two Harbors에서 산행을 끝내는 루트가 일반적인 도전 코스입니다. 중간에 머물 수 있는 캠프 사이트는 총 5개가 있으며 많은 분들이 찾기 때문에 출발 전 미리 예약을 해 두는 건 필수입니다. 특히 Little Harbor Campground와 Parsons Landing Campground는 해변가 바로 옆에 위치한 캠핑장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퍼밋 경쟁이 무척 치열하며 이곳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입니다.


향긋한 봄바람에 기분마저 상쾌한 5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30명이 넘는 산타에고 회원님들은 백팩을 어깨에 메고 하나둘씩 San Pedro 선착장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백패킹을 시작할 때는 본인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오시는 분들도 많았었는데 이제 경험이 많이 쌓여 그런지 다들 산사람 같은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서로서로 반가운 안부 인사를 나누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짐을 정리한 뒤 가슴 두근거리는 모험을 향해 페리에 몸을 실었습니다. 카탈리나 아일랜드에 갈수 있는 방법은 총 두 가지로 뉴포트 비치에서 출발하는 카탈리나 플라이어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Dana Point, Long Beach 그리고 San Pedro 항구에서 출발하는 카탈리나 익스프레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페리 안에 있는 바에서 칵테일을 마실 수도 있고 갑판에 올라 사진을 찍거나 운이 좋으면 배 옆에서 수영하는 돌고래 떼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1시간 15분을 돌려 도착한 Avalon은 이곳이 캘리포니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해변가에 길게 늘어선 야자수 사이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백사장 그리고 그보다 더 새하얗게 반짝거리는 요트들을 지나 알록달록한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지중해의 한 도시를 걷는 기분이 듭니다. 잠시 카페에 앉아 밀크셰이크를 마시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오늘 갈 길이 멀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일행은 Trans Catalina Trail에 몸을 실었습니다. 길은 Trailhead 사인을 지나자마자 무자비한 3마일의 오르막길로 하이커 들을 반깁니다. 별다른 예고 없이 오르기 시작한 길은 절대 끝날 것 같지 않게 계속 이어지며 오직 거친 숨소리와 아직 몸에 익지 않은 배낭의 비명 소리만이 길 위에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3시간 정도를 걸어 묵묵히 첫 시련을 잘 이겨낸 일행은 마침내 섬의 능선 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었고 발 밑으로 펼쳐진 섬의 전경과 푸른 바다의 내음을 즐기며 땀을 식혔습니다.


이곳부터 길은 쭉 섬의 정상 능선을 따라 걷게 됩니다. 크고 작은 오르막 내리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내륙에서는 보지 못한 카탈리나만의 독특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다 사자, 사막 여우 그리고 블랙벅 등등 신기한 동물들이 많지만 그중에 가장 일행을 설레게 하는 것은 바로 Bison 과의 만남입니다. 1924년 영화 보조출연용으로 들여와 이 섬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는 이 아메리카 들소는 단지 조우만으로도 한순간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특별한 존재입니다. 온순한 성격이지만 여전히 야생 동물이기 때문에 멀리서나마 찍은 사진으로 만족을 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Black Jack 캠핑장을 지나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은 바로 산 정상에 위치한 카탈리나 공항입니다. 이곳에서 일행은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공항 옆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와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공항 이후로 길은 아름다운 태평양을 배경으로 넓게 길게 펼쳐집니다. 풍경은 한 발 한 발 내딜 때마다 점점 깊어져 마치 꿈을 꾸는 듯 몽롱하게 아름다워지며 머리 위로 빠르게 흐르는 해무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일행은 Little Harbor Campground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캠핑장은 바로 해변가 옆에 위치해 있으며 간이 화장실과 수도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미리 주문하면 차콜과 캠프파이어를 위한 장작을 미리 배달해 줍니다. 능숙한 솜씨로 텐트를 셋업 한 뒤 산타에고 회원님들은 힘들게 지고 온 스테이크와 위스키를 즐기며 모닥불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루 종일 겪은 무용담을 서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즐거운 대화와 함께 밤은 깊어 갔으며 머리 위 은하수를 배경으로 다들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둘째 날, 텐트 너머로 들려오는 상쾌한 파도 소리에 기분 좋게 눈을 뜹니다. 다들 오늘 걷게 될 구간이 Trans Catalina Trail중에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란 걸 알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바쁩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부랴부랴 길 위에 오릅니다. 카탈리나의 두 번째 도시인 Two Harbors 까지는 대략 6마일 정도로 하나의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이 구간부터 서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태평양을 볼 수 있으며 섬 서쪽의 기암절벽 위를 걷게 되므로 코너를 돌 때마다 드라마틱한 절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야생화들을 볼 수 있으며 운이 좋으면 Mariposa Lily같은 희귀 야생화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Two Harbors에서부터 트레일의 마지막 구간인 Parsons Landing까지는 대략 7마일 정도의 비포장 도로를 걷게 됩니다. 이 부분의 길은 특히 경사가 아주 급하고 흘러내리는 자갈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걸음 한 걸음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하이킹 폴은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구간부터 관광객들의 손이 닿지 않은 진정한 야생의 카탈리나를 만날 수 있으며 그 길의 끝에 위치해 있는 Parsons Landing 캠핑장은 이 여행의 끝을 장식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경험을 하이커들에게 선사합니다. 이름 모를 야생화로 뒤덮인 들판, 그 너머 안개 사이로 Bison들이 유유히 걸어가는 길을 걷고 있으니 몸도 마음도 힐링 되는 게 느껴지며 왜 사람들이 이곳을 계속 찾아오는지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그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산타에고의 문을 두드리시기 바랍니다. 그럼 모두들 산행에서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Let’s hike!

카탈리나 아일랜드 퍼밋 정보: https://www.bookyoursite.com/catalina-island-company/availability

글_Jay Lee (산타에고 회장), www.santae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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