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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에고 산행 에세이 중앙일보 11월호_세콰이어 & 킹스 캐년 국립공원, Sequoia and Kings Canyon National Parks


세콰이어 & 킹스 캐년 국립공원, Sequoia and Kings Canyon National Parks

산타에고 산악회는 일 년에 두 번 정기 캠핑을 갑니다. 봄꽃이 만발한 3월에는 캘리포니아 사막의 캠핑장에서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하고 단풍이 물들어가는 10월에는 이름만으로도 싱그러운 시에라 네바다의 대자연 속에서 쏟아지는 은하수를 즐기며 캠핑을 즐깁니다. 아침저녁 선선한 공기에 문뜩 서랍장 안의 스웨터가 생각나는 오늘 산타에고는 세콰이어 킹스 캐년 국립공원으로 2박 3일 정기 캠핑을 떠납니다.


세콰이어 & 킹스 캐년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 중앙에 위치한 국립공원들로 두 개의 공원이 붙어 있고 입구가 같아 자주 같이 언급되곤 합니다. 하지만 두 공원의 분위기는 사실 무척 다른데 남쪽의 세콰이어 쪽에서는 끝없는 산림과 아름드리 거대한 나무들의 행진을 볼 수 있고 북쪽의 킹스 캐년 공원에서는 여러 종류의 협곡과 폭포들 그리고 하이 시에라의 산봉우리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진 General Sherman Tree를 볼 수 있는 곳도 이곳이며 그 외에도 Moro Rock, Tunnel Log 그리고 Crystal Cave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올해 산타에고는 Cove Group 캠프 그라운드에 머물며 Lakes Trail, High Sierra Trail 그리고 The Congress Trail을 탐험할 예정입니다.

아침 일찍 샌디에고를 출발해 점심쯤 도착한 캠핑장은 생각 이상으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평소 주변에서 보던 나무들보다 수십 배는 거대한 세콰이어 나무들 사이 수줍게 위치한 캠핑장 안에 들어서니 마치 우리 모습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들처럼 작게 보여 피식 웃음이 납니다. 이미 많은 회원님들이 일찍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계셨고 다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서로의 안부들 묻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70명이 넘는 인원들이 서로 모여 웃고 떠들며 안부를 묻다 보니 온 산이 왁자지껄합니다. 좀 더 앉아서 수다를 떨고 싶지만 앞으로 3일간의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준비해 온 피자를 점심으로 먹고 서둘러 오늘의 첫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캠핑 첫날 도전할 트레일은 Lakes Trail입니다. 이 트레일은 백패킹 시 퍼밋이 필요하며 세콰이어 킹스 캐년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호수 트레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Heather lake, Aster lake, Emerald lake를 지나 정상인 Pear lake까지 총 11.6마일을 걷게 되며 그 중간에 위치한 WatchTower를 들리게 되면 Tokopah Valley 쪽으로 이어진 환상적인 파노라마 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트레일은 숨 쉴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선 산림 사이에 아슬아슬 위치해 있으며 이 사잇길을 정신없이 걷다 보면 갑자기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요정들의 호수가 하나 둘 눈앞에 펼쳐집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호수의 물빛은 연한 비췻빛에서 코발트 블루로 점점 변해가며 그 풍경이 주는 경이로움에 취해 어느덧 도착한 정상에서 일행은 뿌듯한 미소와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캠프로 하산하였습니다. 돌아온 캠핑장에는 이미 누가 피운지도 모를 캠프파이어가 활활 불타고 있었고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오늘 특별히 준비해 간 칵테일 바에서는 흐르는 음악만큼이나 달콤하고 시원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릴에서 바로 구워 낸 숯불 갈비에 몇몇 회원님들의 솜씨 발휘로 만들어낸 곱창 전골까지 든든히 먹고 나니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뜩 정신을 차리고 올려다본 하늘에는 랜턴보다 더 밝고 눈부신 은하수가 밤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하나 둘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오늘의 모험담과 내일의 산행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둘째 날 이른 새벽, 몇몇 회원님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즐기고 계십니다. 저 멀리 서서히 밝아오는 동녘 하늘처럼 서서히 입안 가득 밝게 퍼지는 부드러운 모닝커피의 향을 즐긴 뒤 서서히 오늘의 산행을 준비합니다. 오늘 도전할 트레일은 하이 시에라 트레일입니다. Cresent Meadow에서 시작하여 하이 시에라를 관통한 뒤 미국 대륙에서 제일 높은 산인 휘트니 마운틴까지 이어진 이 길은 총 65마일에 완주에만 5일 이상 걸리는 힘든 트레일입니다. 역시 백패킹을 위해서 퍼밋이 필요하며 호수, 빙하, 초원 그리고 고산까지 시에라 네바다의 모든 아름다움을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종합 선물셋트 같은 코스라 산행을 준비하는 회원님들의 모습에 설레임이 가득합니다. 오늘 산타에고는 중간 지점인 Buck Creek까지 왕복 20마일을 걸을 예정이며 특별히 미리 주문한 산타에고 단체 티셔츠를 아침 일찍 나누어 입고 오늘의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트레일의 초입 부분은 Cresent Meadow의 완만한 산림지역을 걷게 됩니다. 나무 사이로 길게 드리워진 부드러운 아침햇살을 따라 걷다 보면 길은 Alta Peak을 감싸는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며 코너를 돌 때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 때문에 산행이 지겨울 틈이 없습니다. 사슴과 마못을 비롯한 각종 야생 동물들 사진을 찍고 마치 방금 지나간 듯한 곰 발자국들에 호들갑도 떨며 즐겁게 도착한 Buck Creek에서 일행은 얼음 같은 계곡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물놀이를 하고 있자니 이곳이 무릉도원 같습니다. 좀 더 머물며 힐링을 하고 싶었지만 돌아가야 할 길이 멀기에 일행은 주변을 정리하고 캠프로 하산하였습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소고기 스테이크에 냉면 그리고 김치찌개입니다. 요리에 진심인 몇몇 회원님들의 노력으로 환상적인 저녁식사를 즐긴 뒤 즐거운 장기자랑 및 노래자랑 시간을 갖고 밤새 모닥불 옆에서 캠핑의 마지막 밤을 즐겼습니다.


셋째 날 눈을 뜨자마자 오늘 이곳을 떠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집에서 우리를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과 애완동물 생각에 다시금 미소가 지어집니다. 베이글과 과일, 그리고 볶음밥으로 아침을 먹고 서둘러 장비를 챙겨 캠핑장을 정리한 뒤 일행은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The Congress Trail로 향했습니다. 2.9마일의 짧은 코스이지만 그 길의 끝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진 General Sherman Tree를 만날 수 있습니다. 주차장과 트레일은 매우 잘 정비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적당하며 Trail Tunnel과, Fire Scar등 많은 볼거리들을 길 중간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길을 걸어 들어갈 수록 주변의 나무들의 크기는 비현실 적으로 커져갔으며 그에 맞춰 우리의 크기도 점점 작아져 마치 숲의 한 부분이 되어 가는 듯 느껴집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 제너럴 샤먼 트리는 세계 최대의 나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일행을 한 번에 압도해 버렸으며 끝도 보이지 않는 나무의 정상을 찾아 보려 한참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뜩 내려다본 아래에는 거대한 나무의 밑동이 눈에 들어왔고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보다 더 크고 거대한 뿌리가 땅 밑에 이 모든 걸 지탱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나무처럼 큰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흔들림 없는 뿌리 같은 나 자신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이킹을 하면서 좋은 점은 개선되는 건강과 함께 점점 단단해지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상처 입기 너무 쉬운 요즘 세상, 산행을 통해 몸도 마음도 건강히 단련하실 분들은 언제든지 산타에고에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다들 산행에서 만나뵙길 기대하며. Let’s hike!


세콰이어 & 킹스캐년 국립공원 캠핑장 정보: https://www.nps.gov/seki/planyourvisit/campgrounds.htm

글_Jay Lee (산타에고 회장), www.santae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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