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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에고 산행 에세이 중앙일보 8월호_요세미티 하프돔, Yosemite Half Dome




요세미티 하프돔_Yosemite Half Dome


2023년 현재 미국은 총 63개의 국립공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마치 미스 코리아 진선미처럼 최고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Top 3 국립공원이 있는데 애리조나의 그랜드 캐년, 와이오밍의 옐로 스톤 그리고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그것입니다. 이중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연간 4백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입니다. 네바다 폭포, 미스트 트레일, 엘 캐피탄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볼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이곳을 빼놓고는 요세미티를 논하기 힘듭니다. 바로 둥근 화강암 바위를 반으로 자른 유니크한 형태의 하프돔(Half Dome)이 오늘의 주인공이며 오늘 산타에고는 2박 3일의 백패킹 일정으로 아름다운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모두가 오르고 싶어 하지만 아무에게나 그 기회를 주지 않는 하프돔은 매년 추첨을 통해 퍼밋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3월 한 달간 신청을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4월 중순에 발표, 만약 운이 좋아 당첨된다면 5월 24일부터 10월 8일까지 돔을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2023년 기준) 10월 둘째 주 이후로는 암벽 위에 설치된 케이블과 나무 계단이 철거되기 때문에 이 시기 이후 도전을 하시려면 전문적인 기술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추가로 recreation.gov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이틀 뒤의 퍼밋을 구할 수 있으니 주말에 요세미티를 방문하실 분들은 목요일쯤부터 아래에 첨부된 링크를 통해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샌디에고에서 출발하여 요세미티까지 가는 차 안에는 하프돔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모든 하이커들의 버킷 리스트 가장 상단에 쓰여있는 요세미티 하프돔, 그리고 마침내 그곳을 오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다들 이렇게 가슴 설렐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하프돔 등반이 20년 미국 생활 동안 계속 가지고 있던 버킷 리스트였다며 소박하게 웃으시는 한 회원님의 말씀이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달려 일행은 아침 일찍 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고 저 멀리 하늘 끝에서 떨어지는 요세미티 폭포의 환영 인사를 받았습니다. 초입부터 쏟아지는 눈부신 절경들에 넋을 잃고 감탄을 하다가 오늘 갈 길이 멀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장비를 점검한 뒤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트레일 헤드인 Happy Isles에서 Little Yosemite Valley 캠프 그라운드까지 갑니다. 매년 수만 명이 방문하는 국립 공원인 만큼 트레일은 잘 정리되어 있었고 평일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이 구간의 백미는 중간에 만날 수 있는 Nevada Fall과 Vernal Falls두 개의 폭포인데 겨울 동안 내린 눈이 녹아 수량이 풍부한 봄, 여름 시즌에는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사방으로 튀며 부서져 뿌연 안개 길을 연출합니다. 그래서 이 길을 미스트 트레일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반대편에 위치한 언덕 위 코스의 Clark Point에서 숨을 고르며 두 폭포를 감상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며 특히 Nevada Fall 절벽 위에 위치한 전망대에서의 뷰가 무척 아름다우므로 이곳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오후 늦게 도착한 Little Yosemite Valley 캠프 그라운드에서 일행은 텐트를 셋업하고 준비해온 스테이크와 칵테일을 즐기며 한층 더 하프돔에 가까워졌음을 축하했습니다. 저녁 후 모닥불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다 내일 아침 일찍 시작할 산행을 대비해 아쉽지만 각자 텐트로 돌아가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 일찍 시작한 둘째 날의 일정은 존 뮤어 트레일부터 시작합니다. JMT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길은 어느덧 하프돔 트레일로 이어지며 눈에 띄게 가팔라진 암석 지역을 지나면 하프돔 바로 아래 지역인 서브돔에 도착합니다. 비교적 평평하고 넓게 펼쳐진 이곳에서 사람들은 숨을 고른 뒤 장비를 점검하고 본격적으로 하프돔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대략 400피트 정도이며 45도~ 60도 사이의 가파른 암벽 경사면에 두 줄의 철제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고 이에 의지해 바위산을 올라가야 합니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 케이블에 온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그립감이 좋은 장갑은 큰 도움이 됩니다.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한대 엉켜 있어 혼잡하지만 매년 많은 부상자와 사상자를 내고 있다는 레인저의 충고를 되새기며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길을 나아갑니다.


그렇게 암벽과 케이블 사이에서 고군분투 한지 한 시간 남짓 하나 둘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마지막 한 분이 무사히 도착했을 때 서로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며 축하와 격려를 전했습니다. 정상은 대략 축구장 17개 정도의 넓은 평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렇게 넓은 공간이 하프돔 위에 숨어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일행은 한동안 넋을 놓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360도 풍경과 저 멀리 보이는 하이 시에라의 눈 덮인 능선은 왜 사람들이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이곳을 계속 오르는지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요세미티의 달콤한 바람을 느끼며 그동안의 고생이 한 번에 사라지는 마법 같은 성취감과 함께 일행은 정상에서의 시간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캠프로 돌아와 Merced River의 시원한 강물에 온몸을 담그며 그렇게 백패킹 둘째 날을 마무리했습니다.

셋째 날 새벽, 칠흑처럼 어두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향하는 곳은 Clouds Rest입니다. 구름마저 쉬어 간다고 이름 지어진 이곳은 거의 10,000피트 높이의 고산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 정중앙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JMT의 아름다운 길을 따라 4시간 정도 걷다 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으며 그곳에서 바라본 일출은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 멀리 발 밑에 어제 아등바등 올랐던 하프돔이 멀리 보이고 그곳을 오르는 사람들 또한 작은 점처럼 보입니다. 다시 캠프로 돌아와 모든 짐들을 정리한 뒤 하산하는 길은 이곳을 오르던 며칠 전의 저 자신보다 좀 더 차분하고 여유가 있어진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집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던 버킷 리스트 하나를 완료했고 죽기 전까지 평생 자랑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긴 거 같아 기분이 설레 입니다. 산타에고 회원님들도 가슴속에 품고 있는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용기를 내서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서로 격려해 주고 뒤에서 함께 걸어 줄 산타에고 회원님들이 있기 때문에 그 도전은 그렇게 힘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길 기대하며, Let’s hike!


요세미티 하프돔 퍼밋 정보: https://www.recreation.gov/permits/234652

글_Jay Lee (산타에고 회장), www.santae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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